
매학정일원, 서예의 대가 고산 황기로가 만년을 보낸 정자
바람이 차분하게 머물다 가는 계절에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마음에 남는 풍경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경상북도 구미시 고아읍 강정4길 63-6에 자리한 매학정일원은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걷기 좋은 우아한 장소입니다. 구미시 문화예술과(054-480-6645)에서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는 이곳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옛 선비들의 멋스러운 호흡을 가만히 느껴볼 수 있어 시선이 닿는 곳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며 호젓한 길을 따뜻하게 걸어보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휴식을 선사합니다.
매학정은 서예가 뛰어나 초성이라 불린 고산 황기로와 그의 사위이자 역시 서예의 대가였던 옥산 이우가 함께 풍류를 즐기고 학문을 연마하던 특별한 공간입니다. 고산 황기로는 이곳에서 만년을 보내며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1533년에 조부의 휴양지였던 자리에 처음 정자를 지어 매학정이라 이름 붙였고, 시간이 흐른 뒤 옥산이 이 정자를 물려받았습니다. 아쉽게도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인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654년 옥산의 증손인 학정 이동명이 정성을 다해 다시 중건하였고 1675년에는 그 옆으로 귀락당을 새로 지어 온기를 더했습니다.
정자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둥근 햇살을 마주하는 남향으로 놓여 있으며 정면 4칸과 측면 2칸의 단정하고 조화로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화강암을 층층이 쌓아 올린 3층의 든든한 기단 위에 자연스러운 막돌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모습이 다정하면서도 기품 있게 느껴집니다. 처마 끝 서까래가 1단으로 정갈하게 정리된 홑처마와 곧게 뻗은 팔작지붕의 선은 주변의 차분한 자연 풍경과 어우러져 깊은 멋을 냅니다. 옛 사람들의 고결한 숨결이 정자의 구석구석에 아늑하게 담겨 있습니다.
정자 뒤편으로 걸음을 조금 더 옮겨보면 옛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1843년에 정자 뒤쪽에 세워졌던 매강서원은 1868년에 훼철되어 지금은 오래된 주춧돌만 정갈하게 남아 지나온 세월을 떠올리게 합니다. 남아있는 주춧돌 사이를 거닐며 자연이 내어주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 마음 깊은 곳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번 달에는 아름다운 서예의 대가들이 머물며 학문을 닦았던 구미의 매학정일원으로 떠나 온화하고 따뜻한 산책을 느긋하게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경상북도 구미시 고아읍 강정4길 63-6
주소 복사구미시 문화예술과 054-480-6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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