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 국보로 지정된 신라시대 비석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의 조용한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오랜 시간의 숨결을 간직한 특별한 비석 하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국보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는 신라시대의 소중한 유산인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입니다. 이곳은 본래 화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었으나 오랜 세월을 거쳐 소풍을 나왔던 학생에 의해 세상에 처음 발견되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1924년에 지금의 자리인 만옥정으로 옮겨져 따뜻한 햇살 아래 정성스럽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바람을 느끼며 비석 앞에 서면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역사적 깊이와 아늑함을 마음 깊이 담아볼 수 있습니다.
이 비석은 흔히 순수비라는 이름으로 통칭하여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산이나 황초령 그리고 마운령에 위치한 순수비들과는 달리 비문 안에 순수관경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신라의 왕이 새로이 점령한 땅을 다스리는 내용과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정성스럽게 열거되어 있기에 척경비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단정하게 조성된 길을 따라 거닐며 비석에 담긴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신라시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역사의 흔적들이 머릿속에 아련하게 그려져 마음이 아늑해집니다.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는 별도의 개석이나 대석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자연 암석 그대로를 활용하여 세워진 것이 커다란 특징입니다. 삼국시대 비문의 일반적인 형식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이 비석은 한쪽 면을 정성스럽게 간 뒤 바깥쪽 비석 형상에 맞추어 음각으로 줄을 돌려 세겨져 있습니다. 오른쪽 상부 쪽은 암석 자체가 경사면을 이루고 있는 까닭에 고뇌 끝에 한 행씩 낮추어 계단식으로 글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비문은 총 27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행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비문 전반부는 세월에 마모되어 자획이 조금 불분명하지만 후반부는 선명하여 글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비문의 내용은 신사년 2월이라는 순수의 연월과 사적 그리고 수행원의 세 부분으로 정갈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을 기록한 순서는 속부와 인명 그리고 직관과 직위를 차례로 표기하여 삼국시대 신라비문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서체는 곧고 바른 해서체로 적혀 있으며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은 4㎝를 이룹니다. 잔잔한 풍경 속에서 이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옛 글씨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옛사람들의 정성과 시간을 느낄 수 있어 걷는 즐거움이 가득해집니다. 창녕군청 문화예술과(055-530-1474)를 통해 문의가 가능한 이 잔잔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뜻깊은 역사 산책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말흘리 326
주소 복사창녕군청 문화예술과 055-530-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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