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 범왕리 푸조나무, 폐교 앞을 지키는 500년 거목
지리산 자락의 정겨운 바람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 주는 푸른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967, 옛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장 앞에는 오랜 시간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하동 범왕리 푸조나무가 서 있어요. 이 나무는 따뜻한 지방의 하천과 마을 부근에서 잘 자라는 수종으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적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답니다. 팽나무와 비슷하여 개평나무나 검팽나무로 불리기도 하지요. 화개천이 흘러가는 마을 어귀에 뿌리를 내린 이 푸조나무의 넓은 그늘 아래에 서면 짙은 초록이 드리워져 안락한 휴식을 전해 줍니다.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거닐다 보면 온몸을 감싸는 고즈넉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요.
높이가 25m에 달하고 둘레가 6.25m에 이르는 이 푸조나무는 나무의 나이가 약 500년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거대한 나무에는 신라 말의 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에 관한 깊고 그윽한 유래가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 최치원 선생이 혼탁한 속세를 등지고 지리산에 들어갈 때 꽂아두었던 지팡이에서 싹이 나 자란 나무라고 전해집니다. 당시 선생은 신흥사로 들어서며 이 나무가 살아 있으면 나도 살아있고 나무가 죽으면 나도 세상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해요. 나무 건너편에는 선생이 더러워진 귀를 씻었다고 전해지는 세이암이 자리하고 있어,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함께 오랜 옛이야기를 가만히 떠올려보며 산책하기에 참 좋습니다.
반천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하동 범왕리 푸조나무는 오랜 시간 동안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1993년 1월 8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123호로 처음 지정되어 오랫동안 이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과 길손들을 맞아왔어요. 이후 문화재 분류 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2025년 3월 27일 자로 기념물에서 해제되고, 같은 날 시도자연유산으로 새롭게 재지정되었습니다. 지정된 제도와 불리는 이름의 틀은 새롭게 바뀌었지만, 푸조나무가 가만히 품고 있는 고유한 가치와 아름다움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계기로 사계절 푸른 세월을 담아낸 나무의 존재를 더욱 따뜻하고 세심하게 조명해보게 됩니다.
하동 범왕리 푸조나무는 휴무일 없이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어 있어 지리산 화개 일대를 여유롭게 둘러보며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가기 좋은 자연유산입니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으며 주차가 가능하여 편안하게 차를 세우고 나무 주변을 천천히 거닐 수 있어요. 상세한 방문 문의는 하동군 문화관광과(055-880-2375)를 통해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정갈하게 관리된 길을 따라 한 걸음씩 걸으며 수백 년 세월이 선사하는 아늑함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푸조나무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따스한 자연의 품을 온전히 만끽해보시길 바랍니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967
주소 복사상시 개방
없음
연중무휴
하동군 문화관광과 055-880-2375
복사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