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각사(함양),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 해인사의 말사
바람 끝에 실려 오는 차분한 기운을 느끼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보는 길은 언제나 마음에 깊은 평온을 안겨줍니다.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덕유월성로 567에 자리한 영각사는 숲의 조화로움 속에서 고즈넉하게 들숨과 날숨을 쉬며 방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이에요. 이곳은 신라 헌강왕 3년인 877년에 심광대사가 처음으로 창건한 사찰로 오랜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로서 조용하고 단정한 기품을 간직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답니다.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돈되고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뜻한 안식으로 차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영각사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품어 왔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한때 폐사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세종 31년인 1449년에 원경스님이 다시 중창을 이루어 냈고 이후로도 몇 차례의 중수를 거치며 소중한 맥을 이어 왔어요. 순조 34년인 1834년에는 안타까운 불의의 화재가 발생하여 화엄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전소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종 23년인 1886년에 강용월대사가 스님들의 마음을 모아 다시 중수한 이후 수많은 불제자를 배출해 내는 깊은 수행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옛 스님들의 발자취를 떠올려 보면 시간의 무게가 주는 묵직한 감동이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영각사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1950년 6.25 한국전쟁 당시 또 한 번의 커다란 아픔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산신각과 창고만을 남겨둔 채 사찰의 전체 건물과 소중한 유산들이 소실되고 말았어요. 특히 설파 상언대사가 감수하여 만든 문화재급 가치를 지닌 화엄경판 81권 3,284판과 법망경 2권 각판 68매까지 모두 소실되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6.25 한국전쟁 이전만 하더라도 대웅전을 비롯하여 일주문까지 총 19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고 주변에는 비로암과 봉황대를 포함해 13개의 소속 암자가 존재했습니다. 그 당시의 규모는 해인사에 버금갈 정도로 당당하고 큰 수행도량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비록 거친 역사의 풍파를 겪었지만 영각사는 온화하고 따스한 손길로 다시금 예전의 모습을 찾아갔습니다. 1959년에 해운스님이 화엄전을 복원하고 이어서 1966년에는 극락전을 정성껏 복원하여 수행 도량으로서의 고요한 면모를 다시 갖추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곳은 과거의 무수한 시련을 품어 안은 채 여전히 평화롭고 그윽한 분위기로 가만히 다가옵니다. 사찰 안팎을 한 걸음씩 천천히 거닐다 보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고요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날 수 있어요. 문의사항이 있으실 경우 055-963-0777로 연락을 취하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어 영각사에서 전해오는 온기 어린 정취를 온전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덕유월성로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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